런던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내외인 옥스포드에 위치한 비스터 빌리지(Bicester Village, bicestervillage.com)를 모르는 관광객은 없다. 영국 관광 명소 No.3일 정도로 관광객이 많다. 눈으로 보기에는 약 80%를 넘을 것 같은데 공식 집계로는 방문객의 2/3가 관광객이라고 한다.
오후가 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여러개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다. 아예 수트케이스를 가지고 다니면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남자 고객은 약 십여 개의 쇼핑 백을 두 손에 나누어 드는데 고전을 하자 옆에 있던 딸아이가 두 개를 들어 줄 정도로 물건을 사고자 맘먹고 온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런던에서 한 시간 거리라고는 하지만 구경하러 오기에는 사실 좀 먼 거리라서 사람들은 온 김에 꼭 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쇼핑을 한다.
여러개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걸까?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을 소비자 가격의 약 60% 까지 할인 된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매장 내 할인율은 30%-75% 사이다. 운이 좋으면 추가 할인(further reduction)으로 폴스미스의 셔츠를 두 장에 11만원(£75파운드)에 살 수도 있고 마니(Marni)의 더스터 코트를 75% 할인된 가격인 21만원(£140)에 살 수도 있다. 이렇게 고객들이 몰리자 LVMH,케링, 리치몬트 같은 럭셔리 그룹들은 비스터 빌리지에 아울렛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디오르, 셀린, 지방시, 생로랑, 발렌시아가, 던힐은 물론 프라다까지 입점하면서 비스터 빌리지는 명실 상부한 럭셔리 아울렛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고급 시계와 주어리를 파는 멀티 브랜드 리테일러를 포함하면서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 원에 달하는 포멜라토(Pomellato), 쇼파드(Chopard), 보미앤머시에(Baume & Mercier)같은 시계와 주어리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버버리, 마이클 코스, 프라다가 가장 인기 있는 쇼핑백으로 보인다.
비스터 빌리지는 ‘빌리지’ 라는 말 처럼 교외의 동네를 걷는 듯한 분위기를 주는 레이아웃과 환경이다.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나란히 늘어선 주택 같은 건물에 매장이 들어서 있고 길 중간에는 파라솔이 달린 의자와 테이블, 아웃도어 암체어 등이 있어서 쇼핑하다가 쉬거나 같이 온 쇼핑객을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11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등 가족 단위로 빌리지에 오는 것을 레저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깔끔한 매장과 세련된 주위 환경, 거기다가 관광객을 위해 부가세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구비하는 등 쇼핑 경험은 물론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비스터빌리지는 가족과 하루 종일 외출해서 쇼핑하고 외식할 수 있는 레저 공간을 지향한다.
오픈한지 23년 째인 비스터 빌리지는 영국의 No2 아울렛 운영사인 밸류 리테일(Value Retail)사의 11개 체인 중의 하나다. 유럽 8개국에 9개를 소유하고 중국에 조인트 벤처로 2개의 아울렛을 운영한다. 밸류 리테일은 유럽에서 가장 하이엔드의 아울렛 운영사로 알려져 있으며 운영하는 11개 디자이너 아울렛에는 연간 3,200만 명이 방문한다.
EU시장에는 약 200여개의 아울렛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중 영국에 30개가 있는 등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아울렛이 발전한 시장으로 알려진다. 물론 이제 유럽에서 포화됐기 때문에 개발사들은 동유럽이나 중국으로 시장을 확장중이라고 한다.
비스터 빌리지에서 유일하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매장, 프라다
특히 럭셔리 상품을 제공하는 디자이너 아울렛은 가장 인기 있는 포맷으로서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 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럭셔리 브랜드가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포기하기엔 이익성이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현재 전체 매장의 5%-20%가 아울렛 매장일 정도다. 베인(Bain& Co)에 따르면 개인 럭셔리 부문에서 2016년 현재 아울렛 비즈니스는 약 12%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현재 아울렛은 온라인, 공항과 함께 럭셔리부문에서 몇 개 안되는 성장 부문이다.
비스터 빌리지가 문 닫을 시간이 되면 부가세 환급(20%)하는 창구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모두가 관광객
디자이너 아울렛에서 가장 큰 이슈는 상품의 퀄리티다. 전통적으로는 이월 상품이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매장이지만 점차 아울렛 용도로 상품 레인지를 따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는 재고를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경향으로 시즌이 끝나도 재고가 많이 남지 않는 것은 물론 이월 상품으로만 구성할 경우 컬러나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드들은 남은 원단으로 추가 생산하거나 아예 아울렛 용도로 별도의 상품을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럭셔리 브랜드가 많은 비스터 빌리지는 하이엔드, 레저시설, 리테일 경험이라는 아울렛의 최신 트렌드를 포함하는 아울렛 쇼핑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밋밋한 디자인에 로고가 박힌 프라다 가방과 지갑을 사기위해 고객들은 매장 앞에 줄을 서고 각국의 구매대행 개인 사업자들은 각 매장을 돌며 실시간으로 상품의 정보를 올리는 등 디스카운트 럭셔리 상품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심지어 한국 리테일 산업의 임원들도 방문해서 아울렛 포맷을 리서치 하는 등 비스터 빌리지는 유럽 최고의 럭셔리 아울렛 쇼핑 데스티네이션으로서 가장 앞서가는 아울렛 개발과 운영을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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