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럽에서도 그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회의 전에 악수를 하려고 하자 각료가 이를 거부하는 모습이 뉴스에서 보도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는 일상적인 것들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상품의 딜리버리가 2-4주 지연되는 것은 물론 아예 생산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패션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가먼트와 원부자재 소싱을 중국에 의존하던 패션산업의 룰이 현재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내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생산을 중단한 상태며 생산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많은 혼란이 예상되므로 유럽내 패션 브랜드와 리테일러들은 이에 대처하는 소싱전략을 수립중이다.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중국 외의 다른 국가에서 소싱하는 것과 또 하나는 국가 내 또는 주변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둘 다 별로 여의치 않다. 현재 패션리테일러들은 매장에 상품이 딜리버리 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를 피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터키, 동유럽 베이스의 서플라이어들을 알아보고 있지만 일부 아이템은 중국을 대치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이 국가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로컬 및 근거리 소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 퀄리티와 생산규모에 대한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원단과 부자재의 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한 가먼트 생산공장은 가디언(theguardian.com)지와의 인터뷰에서 2주 생산 분량의 부자재가 있을 뿐이라고 대답하는 등 원부자재 역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베이스의 영국 남성복 브랜드인 프라이빗화이트(Private White)는 영국 생산의 주요 브랜드로 영국내 서플라이체인을 운영한다.(privatewhite.com)
실제로 영국내 가먼트 생산공장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된 후 생산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영국의 가먼트 생산은 수입원자재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미 그 가격이 4%나 인상된 것은 물론 공급이 어렵다. 샘플의뢰와 생산오더가 밀리고 있지만 원단과 부자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리테일러들은 재고원단의 사재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이를 영국 내 공장으로 공급하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러한 서플라이체인이 지속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영국에서 판매량 기준 No1 패션리테일러인 프라이마크(Primark)의 경우는 올해 말을 걱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7개월 정도를 견딜 수 있는 재고량을 갖추고 있어서 단기적인 영향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내 생산공장들의 휴업이 장기화되면 겨울컬렉션 상품 입고 여부는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지난 20년 간의 중국중심 소싱 전략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영국의 4위 수입국으로서 2018년 기준 중국으로 부터 68조 4,000억원(£44.7bn) 어치를 수입했다(Statistics on UK Trade with China, House of Commons Library, Nov, 2019). 수입품목 중 의류와 섬유가 차지하는 규모는 8조 1,000억원($6.75bn, wit.wordbank.org)에 달한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해서 영국내에 서플라이체인을 가진 브랜드들은 훨씬 덜 취약한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생산이 거의 없는 럭셔리 하우스들이 생산문제가 없는 것과 같다. 결국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하이스트리트 패션체인들은 소싱전략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년 간의 중국 중심 소싱에서 로컬 또는 근거리 소싱으로 전환하거나 그 비중을 높일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로컬및 근거리 소싱의 매력은 짧은 딜리버리 기간으로 패스트패션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랜덤 긴급사태에 대응하는 위험분산의 필요성이 추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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