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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래스(Palace)가 쿨한 이유?

Palace Skateboards Streetwear Supreme

 

NY에 수프림이 있다면 런던에는 팔래스가 있다.  현재 가장 쿨한 두 개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수프림이야 워낙 잘 알려진 데다가 지난해 루이뷔통과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이제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의 스트리트웨어’가 됐다고 할 수 있지만  팔래스?  팔래스를 아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스케이트보드의 골수팬들과 다른 하나는 쿨 헌터들.  공통점은 엄청나게 큰 ‘PALACE’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 소호의 한 가운데 위치한 팔래스 매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건물도 윈도 디스플레이나 간판도 아니다. 바로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서 있는 줄 때문이다.  토요일에 소호에 나가면 팔래스 매장 앞에 줄을 서서 입점을 기다리는 고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드롭(drop: 시즌 컬렉션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딜리버리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으로 나누어 제공하는 방식)이 딜리버리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러한 긴 줄이 생긴다.


드롭이 딜리버리 되는 날에는 새벽부터 고객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선다. basementapproved.com

 

새벽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팔래스 상품을 사기위해서’ 다.  온라인에서도 상품을 판매하지만 수량이 적고 글로벌의 팬들이 몰리기 때문에 론칭하면 대부분의 상품은 1-2분 사이에 품절된다고 한다. 그리고 홀세일을 거의 안하기 때문에 팔래스의 의류및 잡화 상품을 살만한 곳은 팔래스의 런던,  NY 매장과 수프림 매장, 도버스트리트 마켓 뿐이다.

팔래스는 2009년 스케이터 출신인 레브 탄주(Lev Tanju)가 론칭한 브랜드로 스케이트 상품 리테일러이자 디스트리뷰터인 슬램시티스케이츠(Slam City Skates)의 오너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수프림이 전략적으로 지원한다는 루머가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지만 확인된 적은 없다. 드롭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과 팔래스의 상품을 수프림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  빠른 시간에 급격히 성장했고 쿨한 위치에 올랐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수프림과 팔래스는 비교 또는 연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팔래스의 스케이터들.  hypebeast.com

 

팔래스는 뼛속 까지 스케이브 브랜드다. 브랜드의 론칭 이유 자체가 스케이터들이 재정적인 것에 대한 고민 없이 스케이트보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모든 이익은 브랜드의 스케이트 팀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컬렉션의 모델과 매장의 직원으로 브랜드를 위해서 일하는 등 팔래스는 독특한 커뮤니티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팔래스에게 가장 중요한 대상은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라 가족과 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스케이터들이다.

사람들은 팔래스의 매력을 유머에서 찾는다. 온라인 숍에 보면 각 상품 별로 설명이 나와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상품 설명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이 자켓 설명을 타이핑하면서 난 지금 막 잠들려고 하고 있음. 100%’ 라든가 티셔츠를 설명할 때 ‘지우개가 랩(뮤직)보다 낫다’ , 스웻셔츠에 대해서 ‘방금 2개의 레스토랑에서 중국음식이 배달됐다.’ 또는 조깅바지에 대해서는 ‘당신 엄마는 아무 이유도 없이 이상하게 옷 입는 인플루언서인가?’ 등 전혀 상관 없는 문장에 비속어를  많이 섞는 상품 설명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안겨 준다.


팔래스의 모델들은 모두 스케이터들이다.  palaceskateboards.com

 

창립자인 탄주는 GQ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이나 쿨한 다른 브랜드의 포뮬러를 카피하는 것이 새로운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가 하는 가장 큰 실수’ 라고 하면서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팔래스의 노선(철학)을 가장 명확하게 정리해 주는 대목으로 보인다. 실제로 팔래스는 남들이 팔래스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드는 상품이 최고라거나 훌륭하거나 하이 퀄리티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맘에 드는 것을 만드는 것이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여긴다. 그리고 팬들은 이러한 남들과 다르게 접근하는 팔래스를 쿨하다고 여기고 그 상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팔래스의 디자인에는 90년대 인플루언스가 많다.  depop.com

 

팔래스 디자인은 영국 문화, 특히 90년대의 어번 컬처를 레퍼런스로 사용한다. 이에 대해서 탄주는 자신이 자라난 90년대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90년대 클럽에서 사람들이 많이 입었던 모스키노, 베르사체, 아이스버그 등의 로고를 변형하거나 엘튼 존 등의 대중 문화 아이콘을 재구성한 프린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90년대에 입었던 트랙수트나 셸수트(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소재의 소위 추리닝 세트, 컬러블록을 많이 사용하는 디자인 특징)를 보여주는데 이는 특히 영국 노동자 틍에게 매우 익숙한 옷들이다.  이처럼 90년대의 영국 사회와 문화의 특징과 아이콘을 바탕으로 이를 유머스럽게 재구성하는 팔래스의 디자인은 일반 스트리트웨어의 디자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모든 홍보 비디오를 90년대 방식인 VHS 테입으로 촬영해서 보여주는데 팔래스의 VHS 촬영 방식은 다른 비디오그래퍼들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  


창립자인 탄주는 자신이 자라난 90년대는 아디다스의 시대였다고 회고한다.     palaceskateboards.com

 

그동안 팔래스는 움브로, 리복, 아이다스 오리지날 등과 콜래보레이션을 운영하면서 좀 더 광범위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됐고 지난해 4월에는 NY 에도  매장을 오픈하는 등 국제적인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팔래스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신선한 디자인의 쿨한 스트리트웨어다.  

 

정해순은 해외패션산업과 글로벌마켓 변화, 소비자트렌드 등에 대한 블로그, 기사,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바랍니다. haesoon@style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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