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누드컬러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은 물론 자연스런 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드에 따라 란제리, 립스틱, 구두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클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누드(스킨) 컬러가 모든 소비자를 포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누드 컬러라고 하면 샌드나 (핑크가 도는)베이지로 백인(Caucasian)의 피부색이다. 이러한 누드 컬러를 흑인이 입는다면 이는 이미 피부색과 너무나 동떨어지고 심지어 대비되는 컬러가 된다. 하지만 흰색 티셔츠 아래에 비쳐보이지 않도록 누드 브라를 원하고 드레스를 입고 다리가 길어보이도록 누드 하이힐을 원하는 것은 백인만이 아니다. 결국 한정된 ‘누드 컬러’ 가 맞지 않는 여성들에게 누드 컬러는 더이상 ‘누드’ 가 아닌 것이었다.
크리스찬 루부틴은 베이지 컬러던 누드 슈즈를 다양한 피부톤에 맞는 컬러로 제공함으로써 유색인 여성들에게도 누드 슈즈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문제를 알아차리고 여러 톤의 다양한 누드 컬러을 제공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3년에는 럭셔리 구두 브랜드인 크리스찬 루부틴(Christian Louboutin)이 여러 인종의 피부색에 매치되는 5개 컬러의 ‘누드 컬렉션’을 론칭해서 백인이 아닌 여성에게도 누드 구두의 옵션을 제공했다. 이를 두고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혁명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당시에는 새롭고 영리한 아이디어였다. 결국 루부틴의 다양한 누드 컬러의 인기와 니드에 힘입어서 지난해에는 컬러를 7개로 확대하고 스타일도 코트(Court) 뿐 아니라 발레펌프스로 확장했다.
자신의 피부톤에 일치하는 누드 컬러의 하이힐을 신게되면 다리가 신기하게 길어보이는 효과를 주는데 이러한 이유로 레드 카펫에서 셀러브리티들이 화려한 드레스에 다소 소박해 보이는 누드 구두를 매치하는 것이다. 또한 누드 슈즈는 어떤 컬러의 옷과도 매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클래식 아이템으로 동시에 경제적인 선택이 된다.
누비안 스킨은 백인이 아닌 여성들이 누드 란제리와 타이즈를 살 수 있는 란제리 브랜드다.
최근에는 ‘누드 컬러’만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론칭한 란제리 브랜드인 누비안 스킨(Nubian Skin)과 2016년 창립한 구두 브랜드, 커뮨(Kahmune)이 대표적이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모두 브라운 컬러의 스킨톤을 가진 창립자들이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누드 컬러의 아이템을 찾지 못해서 직접 만들게 된 것이다.
에이드 하산(Ade Hassan)이 런던에서 론칭한 누비안 스킨은 (이미 다양한 옵션이 있는)백인 외에 유색 피부를 가진 여성소비자를 위해 누드컬러의 언더웨어와 타이즈등을 제공한다. 이처럼 ‘다른 종류의 누드’ 를 제공하는 누비안 스킨은 시작과 함께 유색인 여성들의 호응을 받아서 영국의 asos.com, 하우스오브 프레이저(House of Fraser)백화점은 물론 미국의 노드스트롬(Nordstrom)백화점 등에서 팔리는 등 시장과 레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나의 디자인에 10개의 누드 컬러를 제공하는 누드 슈즈 전문 브랜드, 커뮨
오는 3월 론칭 예정인 영국 구두 브랜드, 커뮨은 두 개의 스타일에 각각 10개의 다양한 누드컬러를 제공하는 누드 구두 전문 브랜드다. 어떠한 피부색에도 매치되는 컬러라는 것이 창립자인 자멜라 아키암퐁(Jamela Acheampong)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유색 피부를 가진 패셔니스타들은 자신의 피부톤에 맞는 누드 구두를 찾기위해서 다양한 구두매장을 돌며 단순한 코트슈즈나 샌달을 헌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태리와 스페인 레더를 사용하는 커뮨의 누드슈즈의 가격대는 29만원-31만원( £200-£215)으로서 루부틴(68만원-95만원/£450-£650)에 비해서 저렴한 것을 매력으로 한다. 커뮨의 브랜드명이 ‘world community’의 의미를 내포하는 만큼 다양한 소비자에게 접근 가능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누드 컬러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상업적인 측면 뿐 아니라 럭셔리와 패션 리테일에서 다양한 인종의 대중을 포함하는데 대한 긍정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누드는 이제 크리스찬 루부틴의 말처럼 ‘컬러가 아니라 컨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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