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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이즈(one size)의 매력? 브랜디 멜빌의 성공

Abercrombie & Fitch American Eagle Brandy Melville Don't Ask Why Fashion Hollister Jack Wills Pink


요사이 런던의 틴에이저들(13세-19세,thirteen-nineteen)이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라면 잭윌스(Jack Wills), 홀리스터(Hollister Co), 핑크(Pink) 그리고 브랜디 멜빌(Brandy Melville)을 꼽을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여학생들은 블루와 핑크 스트라이프의 잭윌스 쇼핑백을 기념품처럼 들고 다녔고 머리를 쓸어내려 이마를 가린 쿨한 남학생들의 주말 유니폼은 갈매기 심볼이 새겨진 홀리스터였다. 그리고 빅토리아스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레저웨어 라인인 핑크(Pink)의 거대한 로고가 박힌 레깅스와 크롭톱을 입는 것은 ‘나는 무슨 브랜드가 쿨한지 안다.’의 표현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한 두 해 사이에  로고나 심볼도 없이 틴에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가 나타났는데 바로 브랜디 멜빌이다. 


타겟 고객은 쿨한 15세-25세 여성이지만 중심 고객은 틴에이저. 런던 카나비 스트리트의 플랙십 매장 

작고 타이트한 크롭톱, 하이웨이스트의 바지와 스커트, 비스코스 저지를 사용해서 헐렁하고 축 처지는 니트웨어 등 브랜디 멜빌은 릴랙스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우븐보다는 니트웨어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지 티셔츠,조깅바지, 스웨터 등이 코어 아이템들이다.   이태리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미학은 캘리포이나 서부의 비치와  코첼라(Coachella) 같은 뮤직 페스티발을 연상시킨다. 프레피한 분위기의 애버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어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Outfitters)보다 루즈한 실루엣과  저렴한 가격에 좀 더 베이직스 위주며 수수하고 내추럴하다.


패션 컨셔스한 틴에이저들이 삼삼오오 함께 쇼핑하는 수퍼 쿨 매장, 브랜디 멜빌 

브랜드의 타겟은 15-25세의 여성이지만 코어 고객은 틴에이저다. 방학이나 휴일에 카나비 스트리트(Carnaby St)와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에 위치한 브랜디 멜빌의 매장에 나가보면 온통 틴에이저들로 붐비고 부모들은 소파에 앉아서 딸들이 쇼핑을 끝내기를 기다린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용돈으로는 H&M과 프라이마크(Primark)를 사지만 부모가 돈을 낼 때는 꼭 브랜디 멜빌을 찾는다고 불평한다. 틴에이저들의 인스타그램 셀카 사진(셀피, selfies)에 유독 브랜디 멜빌을 입은 사진이 많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브랜디 멜빌이 틴에이저 걸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디 멜빌의 특징은 일반 스냅사진같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사용한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사용해서 마케팅하면서 틴에이저와 연계한다.

브랜디 멜빌이 다른 브랜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사이징이다. 일부 하의를 제외하곤 브랜디 멜빌은 단지 하나의 사이즈를 판매한다. 티셔츠, 드레스, 스웨터, 조깅 바지 등 대부분의 아이템은 원 사이즈(one size)의 택을 달고 있다. 물론 저지와 니트웨어의 특성상 신축성이 좋을 뿐 아니라 헐렁한 스타일이 많으므로 사이즈는 하나지만 입을 수 있는 고객의 폭이 넓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소 3가지(S,M, L) 이상 5개-7개의 사이즈(Zara는 6개, Topshop은 7개 사이즈)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들에 비해 대상 고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브랜디 멜빌은 ‘one size fits most(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맞는 원사이즈)’를 주장하지만 실제로 ‘one size fits few(일부에게만 맞는 원사이즈)라고 브랜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름답고 멋지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인물같은 모델을 사용한다. 이를 보면서 고객들은 '나도 브랜디 멜빌을 입으면 저렇게 될 거야(실현 가능한 꿈).'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원사이즈를 운영하는 것은 브랜디 멜빌의 특징이자  차별화 포인트며 마케팅 전략이다. 잇점은 무엇일까? 고객들은 사이즈가 하나라서 쇼핑이 빠르고 쉽다고 얘기한다.레일에 걸린 옷을 헤치고 또 차곡히 개켜진 티셔츠를 들치며 맞는 사이즈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맘에 드는 디자인만 고르면 된다. 쇼핑의 과정 하나가 생략되는 것이다. 이처럼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외에 원사이즈 전략은 상품 개발 프로세스를 단축시킨다.  사이즈 별로 핏을 조정할 필요가 없어서 스타일이 정해지면 바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가 다른 브랜드들이 5개-7개 사이즈를 생산하고 매장으로 디스트리뷰션하는 것과는 달리 단지 원사이즈 상품을 생산하므로 서플라이 체인 관리가 쉽다. 요사이 패션 산업이 패스터 패션(faster fashion, 패스트 패션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에서)으로 움직일 때 원사이즈 브랜드는 개발부터 매장에 상품이 걸리기 까지의 스피드와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사이즈가 하나이므로 재고율이 낮아져서 세일의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사이즈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고객들이 쿨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 이 점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원사이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슬림한 체형(small/medium 에 맞는 사이즈)이라는 것이며 이는 일종의 익스클루시브한 그룹에 포함된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옷이 아닌 것’,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닌 것’ 으로서의 매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브랜디 멜빌의 원사이즈 전략은 로고나 심볼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영 제너레이션을 매혹시키는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디 멜빌과 유사한 컨셉과 스타일의 브랜드, 어메리칸 이글이 운영하는 '돈 애스크 와이' 레인지는 지난 2015년 론칭했다.

이러한 브랜디 멜빌의 원사이즈 전략이 성공하자 미국의 대형 브랜드인 어메리칸 이글이 이를 도입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론칭한 어메리칸 이글의 이태리 생산(Made in Italy) 레인지를 2015년 돈 애스크 와이(Don’t Ask Why) 레인지로 변경했는데 많은 부분에서 브랜디 멜빌과 닮았다. 저지와 니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상품 구성은 물론 릴랙스한 실루엣의 LA 걸 분위기의 디자인 미학, 그리고 원사이즈 제공까지.  2015년 여름 폽업 숍으로 돈 애스크 와이를 테스트한 후 현재는 독립 매장으로 운영중이다. 이를 통해 어메리칸 이글이 틴에이저 고객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브랜드 멜빌은 원사이즈가 대부분의 고객에게 맞는다(one size fits most)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브랜디 멜빌의 원사이즈 상품은 슬림한(small/medium) 체형만이 입읏을 수 있다. 

브랜디 멜빌은 20여 년 전 이태리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매장에 성조기를 걸어 놓는 등 미국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이는 미국에서의 반응이 특히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LA 의 UCLA 근처에  미국 1호 매장을 오픈한 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서는 각각 17, 1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외에  이태리를 비롯해 런던,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 매장을 소유한다.  브랜드 멜빌은 실비오 마산(Silvio Marsan)과 그의 아들, 스테판 마산(Stefan Marsan)이 운영하며 개인기업으로서 사업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리테일 전문가들은 2015년 기준 연매출 약 1,500억원 ($125m)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해순은 해외패션산업과 글로벌마켓 변화, 소비자트렌드 등에 대한 블로그, 기사,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바랍니다. haesoon@style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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